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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로 본 금융위기!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바라보며 학자, 언론인, 증권가 애널리스트 혹은 IMF와 같은 국제기구 등에서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재정지출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2008년 금융위기는 어땠기에 지금 시점에 다시 이야기 되는 것일까?

 

근래 피부병으로 고생하며 쉬는 동안,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를 감상했다. 빅쇼트의 의미는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2007~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 당시 사건을 영화 외에 관련 기사나 도서, 사전 등에서 참고한 자료들을 덧붙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주택시장 과열 배경

2000년말 닷컴버블의 붕괴,  2001년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을 겪으며 미국 경제는 침체의 길로 들어선다. 경기부양이 시급했던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초 저금리 정책을 펼친다. 

그러자 국민들은 너도나도 값싼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이에 화답하듯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집은 더 이상 거주 목적만이 아닌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여기에 저소득층들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과거 2000년 560억 달러에 불과하던 서브프라임 대출이 2005년 5080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급증한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저당대출 중 서브프라임의 비중이 13%에 달한다. 저금리 정책 5년 동안 서브프라임이 10배나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부실 대출이 쌓여 거대한 거품을 형성하며 미국 주택 시장을 뜨겁게 달구어 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던 현실과 달리 영화 속 주인공  마이클 버리, 마크 바움, 자레드 베넷, 벤 리커트 4명과 함께 조연 찰리겔러, 제이미 시플리는 가까운 미래에 미국 주택 시장의 붕괴를 예측하고 투자하여 엄청난 부를 취하게 된다. 

 

서브프라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처음 탄생했나?

서브프라임(Subprime)이 무엇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줄인 말로 미국 금융기관이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와 부채 규모, 담보 능력 등에 따라 우량한 '프라임', 보통의 '알트에이(Alt-A)', 가장 낮은 비우량 '서브프라임'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 

 

모기지 증권을 처음 창시한 사람은 ‘루이스 라니에리’이다. 1977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증권을 처음 고안해냈고, 금융위기 사태를 보며 "비합리적 수준까지 팽창한 모기지 시장이 현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여 뚱뚱한 외모에 은행가들 사이에서 들뜬 표정으로 “이제 돈 좀 벌어보자”는 말을 내뱉는 등 상당히 탐욕스런 인물로 표현된다. 

 

예금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다른 배경에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라는 신종 금융 수단이 개발되어 차입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은행이 부담하지 않고 대신 시장에 떠넘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CDO를 설명하기 위해 MBS(Mortgage Backed Security, 주택저당증권)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다시 말해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을 한 은행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담보로 다시 채권을 발행한 것을 말한다. 

 

은행은 여러개의 대출을 모아 하나의 MBS를 발행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하나의 채권에만 수천개의 대출이 속하는 MBS 6개를 분석하기 위해 2~3년에 시간을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수를 헤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채권을 은행은 발행하는 것일까? 은행 입장에서 거액을 대출하고 20, 30년에 걸쳐 이자와 원금을 받는 것보다 채권을 만들어 거래하면 유동성 창출이 훨씬 유용하기 때문이다. 

 

사태를 키운 부채담보부증권 CDO란 무엇인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는 MBS를 기반으로 새로이 탄생한 유가증권이다. 그런데 이를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원래 연.기금, 보험기금, 퇴직기금 등 대형 투자기관은 AAA급이 아닌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서브프라임 대출을 담보로 발행된 MBS는 등급이 BBB라 살 수 없었다. 투자은행은 바로 이러한 고위험 고수익에 주목했다. 

MBS시장에서는 대출채권을 AAA, AA, BBB 등 여러 신용등급으로 나눈다. 여기서 하위등급 BBB 이하 채권은 정상시장에서는 팔리지 않는다. 이것에 착안해 개발된 것이 CDO이다. 투자은행이 서브프라임 주택 대출을 비롯한 여러 하위 등급의 채권을 매수한 뒤 투자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등급을 다시 나누어 만든 채권이 바로 CDO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낮은 등급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것을 추려내어 조금이라도 더 많은 AAA등급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실제 이렇게 해서 서브프라임 대출 MBS의 75%가 다시 AAA등급을 받았다. 10%가 AA를 8%가 A를 7%만이 BBB이하를 받았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2007년 1분기 대출위약률이 15.8%에 이르고 최종적으로 20%이상이 경매에 붙여졌다. 한 마디로 고급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부실덩어리가 되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CDO발행에서 가장 많은 구조는 ‘Senior-Mezzanine-Equity’ tranche로 Senior tranche는 고급등급의 CDO를 말하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으며, 중간 등급 CDO는 Mezzanine tranche이며 마지막으로 제일 낮은 등급의 CDO는 Equity tranche이다. tranche란 프랑스어로 조각을 말한다.

 

여러 개의 대출채권을 조각 조각 새로 분류한 후, 재편성해서 만든다하여 조각이란 뜻의 tranche가 사용된다. 그리하여 다시 분류된 AAA등급을 기초로 한 '고급등급 CDO'는 대형 투자기관 등에 팔고 '중간등급 CDO'와 낮은 등급을 기초로 만든 '보통 CDO'는 주로 '고위험 고소득'을 지향하는 헤지펀드들이 사갔다.

 

CDO는 같은 등급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높아 인기가 좋았다. CDO에는 같은 상품이 없다. 그만큼 여러 종류의 기초자산을 다양한 비율로 혼합해 발행하는 복잡한 파생상품이다. 특히 시가평가가가 어렵고 대다수가 발행사의 평가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래서 CDO의 가치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다.

 

영화에서는 CDO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팔지 못하는 생선 조각들을 모아 스튜에 한꺼번에 넣어 조리함으로써 새로 재탄생시키는 것으로 비유한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합성CDO의 탄생

CDO를 팔 때는 보험 성격인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를 곁들여 판 것이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을 말한다.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수수료(프리미엄)를 주는 대신,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나거나 채무가 불이행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보상을 받도록 설계돼 있다. 영화에서 마이클 버리 박사가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등 대형 IB(투자은행)을 다니며 체결하는 상품이 바로 CDS로 일종의 보험인셈이다.

 

나중에는 아예 기초가 되는 MBS없이도 같은 효과를 내는 CDO를 만들어 CDS와 함께 팔았다. 이를 합성 CDO라 한다. 모조품 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영화에서는 합성 CDO에 대한 의미를 행동경제학분야의 리처드 탈러 교수가 배우 셀레나 고메즈의 카드게임을 통해 설명한다. 카드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관객들이 게임의 승부를 예측하며 관객상호간에 내기를 하는 것을 합성CDO라고 한다.  

 

시한폭탄의 폭발과 거품 붕괴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과열을 경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

2004년부터 시작해 꾸준히 정책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2004년 초 1%대였던 연방 정책금리는 불과 3년 후인 2006년 말에는 5.25%로 훌쩍 뛰어 올랐다. 이것은 곧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 비용 상승을 의미했고 그 결과 2006년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은 뚜렷한 하락 추세로 접어 들었다. 

 

이처럼 가파른 금리 상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금리조정조건부 대출의 특성상 높은 시장금리와 주택 가격의 하락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로 변환되는 시점에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구입자들에게는 상환 비용의 급등을 의미했고, 애당초 소득과 신용 점수가 낮았던 이들로서는 이렇게 갑자기 뛰어오른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2005년 9월 10.8%이던 것이 2006년 9월 12.6%, 2007년 9월 16.3%로 치솟았다. 

그 결과 2006년 하반기부터 주택 압류율이 빠르게 높아졌고 이는 곧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판매해 온 모기지 은행들의 위기로 이어졌다. 

 

또 다른 문제의 원인 도덕적 해이

과연 이와 같은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자신의 소득과 상관없이 그저 주택투자를 통해 인생역전을 꿈꾼 시민일까? 금융기관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향해 덤벼드는 엄청난 양의  대출 수요에 파도를 신나게 서핑하듯 신용이 낮은 이민자나 무소득.무직.무자산인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대출하는 닌자론을 권했다. 심지어 신용이 없는 스트리퍼에게까지 위험한 대출을 권하며 비싼 수수료를 통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무디스나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기관들 역시 책임이 컸다.

이들은 위험한 대출 즉 서브프라임을 기초자산으로 한 MBS나 CDO 대해 발행기관이 원하는 대로 등급을 찍어 주었다. 영화에서 마크바움이 쏘아 붙이듯 S&P 직원을 향해 어떻게 이런 부실상품에 높은 등급을 부여할 수 있었는지,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았는지 등의 질의에 두 손 들고 항복하듯, 만약 자신이 고객인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등급을 주지 않으면 경쟁사에게 갈 것을 염려하여 그와 같은 행위를 했음을 시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들의 수익 원천인 투자은행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신용평가기관의 절절한 양심고백에 관객을 헛웃음 짓게 만든다. 

 

서로의 욕망과 이해관계에 엉켜 금융위기를 향해 폭주하는 기차를 막아야하는 감독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 관리감독기관 역시 한패로 그려진다. 대형 투자은행으로 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는 관리감독자는 투자자편이 아닌 은행편에 서있다. 

 

고위험 상품을 권하는 은행과 그런 상품을 안전하다 평가하는 평가기관 이를 관리감독하여 잘못된 부분을 시정조치할 의무가 있는 감독기관 모두의 도덕적 해이가 위기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럼 가장 큰 피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붕괴 후 모습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5대 IB 중 3곳이 문을 닫는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베어스턴스는 JP모건 체이스에 인수 되었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리먼브러더스는 결국 파산을 하고 만다. 리먼의 부도는 미국의 서민과 중산층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리먼이 취급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주로 서민들과 중산층들이 이용하던 담보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금융 충격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도 줄줄이 무너졌다. 일자리 880만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투자 손실로 가계 자산은 19조20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영화 마지막 집을 잃고 다시 길 위에서 방황하는 어느 시민의 모습이 그 날에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이해를 위한 추가 용어 정리 

투자은행 : 주식이나 채권 발행을 돕거나 거래를 중개하고, 기업 인수합병(M&A)에 관여하면서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 자금을 빌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에 직접 투자해 이익을 올리기도 한다.

상업은행 :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은행이다. 고객에게 예금을 받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 주면서 이익을 얻는게 주업무이다.

ISDA계약(ISDA Agreement) : 투자자가 고수들의 판에 참가해 아마추어는 할 수 없는 거래를 하게 해준다. ISDA계약 없이 큰 규모를 운용하는 투자자가이 될 수 없다.

 

영화가 흥미 있었다면 글을 쓰기 위해 참고한 도서 ‘월가 이야기’, ‘피싱의 경제학’을 꼭 구매하여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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